R&E 참여 졸업생 이야기:
Relax & Enjoy, R&E
KAIST 전산학부 오현창(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생)
I. Greedy Algorithm은 최고를 보장하지 않는다.
제 전공인 전산학에는 Greedy Algorithm이라는 유명한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하나의 정해진 알고리즘이 아니라, 많은 문제에 폭넓게 적용 가능한 문제해결 패러다임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아주 성실한 알고리즘입니다. 하지만 Greedy Algorithm은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다음 예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Travelling Salesman Problem은 n개의 도시가 주어졌을 때, 모든 도시를 방문하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문제입니다. 그림처럼 4개의 도시가 주어졌다면 A, B, C, D 순서대로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 문제를 Greedy Algorithm으로 푸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편의상 A로 시작점이 고정된다 가정하겠습니다.
1) A와 다른 모든 점 사이의 거리를 구합니다. 가장 가까운 점은 B이므로 B로 이동합니다.
2) B와 남은 모든 점 사이의 거리를 구합니다. 가장 가까운 점은 C이므로 C로 이동합니다.
3) C와 남은 모든 점 사이의 거리를 구합니다. D밖에 남지 않았으니 D로 이동합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잠시 종이와 펜을 꺼내어 위 알고리즘이 최고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많은 예시가 있지만, 제가 생각한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 예시에서처럼 Greedy Algorithm은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최종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위 문제는 아주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3차원 존재인 우리가 2차원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기에 쉬울 뿐, 2차원에 갇혀있는 알고리즘에는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R&E가 2차원에 갇혀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치 우리가 종이 위에서 모든 점을 보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듯, R&E는 어떤 고민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여러분의 학업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Relax & Enjoy 정신입니다.
II. 시장경제는 계획경제보다 효과적이다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차이를 아시나요?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기반해 생산량을 조절하지만, 계획경제에서는 정부가 필요를 예측해 생산과 소비를 통제합니다. 현대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두 방식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대체로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공한 시장경제와 북한의 실패한 계획경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부는 투자입니다. 공부해야 할 과목은 너무 많지만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부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여러 과목에 분배하는 경제 문제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쉽게 과목이라 표현했지만, 이는 이론 공부, 실험 기술 연습, 인문 서적 독서 등 여러분이 무언가 배울 수 있는 활동이라면 모두 공부라는 경제 문제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본 단락에서는 '공부'를 상기한 경제 문제로 정의하고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부에는 계획경제가 널리 사용됩니다. 계획의 주체는 보통 교육 기관입니다. 학교에서 교육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과목을 얼마나 공부할지 배당합니다. 수능 시험과 같은 정형화된 시험으로 각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아주 세부적인 계획입니다.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교육의 전문가들로, 계획경제는 지금까지 제법 효율적으로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시장경제를 시도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란, 분야와 배경을 가리지 않고 연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뜻합니다.
우선, 시장이 계획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연구에 점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교육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지식 창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가속할 뿐만 아니라, 계획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남이 계획해주는 공부를 넘어 스스로 공부하는 시기가 찾아오면 시장경제는 필연적입니다.
공부에 있어 시장경제란 수요와 공급에 기반한 공부를 말합니다. 시장의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며 가격을 형성하듯 공부의 주체인 학생이 직접 수요를 느끼고 공급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로서, 지식을 연구해 창출하고 적용하기 위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R&E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공부에 있어 수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삶을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III. 실험의 실패는 연구의 실패가 아니다
위 예시를 통해 R&E에 대한 제 생각이 어느 정도 공유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제 R&E 경험을 직접 말씀드리며, 이후 학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부경대학교 우희철 교수님과 KAIST 장호남 교수님의 지도 아래 폐목재의 많은 부분을 이루는 고분자 리그닌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미생물연료전지를 개발하는 주제로 R&E를 진행했습니다. 부경대학교 리그닌은 분자 구조가 일정하지 않고, 분해가 아주 어려운 물질로 지금까지도 이를 바이오에너지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에게는 아주 어려운 주제였지요.
보통 연구 주제를 정할 때 기존 연구를 살펴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리그닌이라는 재료는 세계적으로도 연료전지에 사용한 예시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혼합 미생물의 생화학 반응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믿었고, 조건을 잘 찾아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을 알고 있었고, 교수님들께서도 관련해 많이 조언해주셨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조건을 실험했습니다. 미생물연료전지에 투입할 새 미생물을 구하기 위해 직접 하수처리장의 침전지에서 슬러지를 퍼오기도 했습니다.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기 위해 슬러지를 온갖 조건에서 배양했습니다. 제가 R&E 중 만든 LB 배지가 제가 그 이후 만든 모든 LB 배지보다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맞는 조건을 찾지 못했고 제가 만든 전지는 결국 전압을 생성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실험 결과가 잘 나온 다른 R&E 팀을 전혀 부러워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제 연구가 1년만에 결과를 얻어내기에는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결과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과가 뛰어난 팀보다 교내에 실험실이 있어서 실험을 더 자주 할 수 있던 팀이 더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R&E를 시작할 때는 몰랐지만 어려움을 알고 시작할 수 있는 주제를 골랐던 것이 참 큰 축복이었습니다.
연구는 정의에 의해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새로운 발견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으며, 연구결과의 기본값은 분명히 '실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연구 결과에 압박을 받곤 합니다. 성공에 대한 기대 없이 임하는 것도 문제지만, 성공을 기대하는 것 역시 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가끔 성공하지만, 성공하면 아주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복권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복권은 구매 후 당첨 사이의 과정이 없습니다. 연구는 과정이며 아주 즐거운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결과를 얻기까지에는 기약없는 기다림이 있습니다. 그 기다림을 압박과 경쟁의식으로 채우기보다는 그 과정 자체를 Relax & Enjoy할 수 있어야 더 긴 기다림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V. 넓이도 깊이만큼 중요하다
넓은 지식과 깊은 지식 사이의 갈등은 오랜 논제입니다. 무엇이 더 어렵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R&E는 깊이 있는 지식을 쌓기에도 훌륭한 기회지만, 넓이 있는 지식을 쌓기에 더 좋은 기회라는 사견입니다.
대학에 진학하며 흥미는 전공이 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전공은 점점 세분화됩니다. 자신의 연구 분야와 기술의 범위 밖의 지식을 접하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화학 실험을 할 땐 IR, NMR, GCMS 등 여러 분석 방법을 사용합니다. NMR이라는 분석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추후 연구 중에 어떤 분석 소요가 발생했을 때 NMR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NMR을 잘하는 사람에게 찾아가 의견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NMR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면, 그런 분석이 가능한지조차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에 큰 차질을 빚게 됩니다. 물론 NMR은 비교적 보편적인 분석 방법으로 화학 전공자 중 NMR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저는 제가 모르지만 제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분석 기법은 아주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R&E는 다양한 기술을 접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고등학교 R&E 수준에서 접하는 기술은 분명 여러분이 대학 진학 후 배우는 기술에 비해서 간단해 보일 수 있습니다. 대학이 더 좋은 장비와 깊은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대학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학생 1인당 접근 가능한 기술은 R&E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는 실험 장비를 사용하고 싶다면 거의 즉시 사용할 수 있었는데, 대학에서는 장비를 며칠 전부터 예약하고 사용해야 했습니다. R&E때 깊은 지식을 추구하고 성과를 만드는 것도 물론 가치 있지만, 최대한 많은 기술을 접하기 위한 노력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학의 모든 학생은 학과에 소속되게 됩니다. 복수전공의 경우라면 두 개의 학과에 속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학과에 소속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R&E는 다릅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아직 전공이 세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학우와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도 같은 분야의 친구라고 더 자주 보지 않았고, 다른 분야의 친구라고 덜 자주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다른 분야 친구의 R&E를 눈여겨보세요. 그 연구에서 사용한 기술은 아마 다시 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연구의 가능성을 크게 넓힐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첨언하자면, 저는 당시 다른 분야였던 정보과학/전산학의 연구를 R&E 과정 중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대학 진학 이후 전공을 선택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V. 현창씨, 어려우면 안할 건가요?
대학에서 한 연구실의 연구 인턴으로 일할 때 들었던 말입니다. 일주일마다 교수님께 연구 진행 상황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하고는 했는데, 제가 당시 연구의 어려운 점을 말씀드리자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입니다. 연구 중 필요하다 판단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해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전산학부 소속으로 전산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전산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당시 저는 모든 과학 과목에서 A를 받았지만, 정보과학 과목은 유일하게 C를 받았습니다. 전산 이외에도 잘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더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화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를 하면서 전산학의 필요를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AI가 미래다"라는 말은 제가 좋아하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와 공부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꿰뚫는 규칙을 찾고 싶었고, 자연히 정보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코딩을 배우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연구 중 필요하다 생각되는 공부가 있다면 어렵다고 시작조차 포기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물론, 저는 코딩도 아주 유용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성적에 대한 걱정으로 어려운 과목보다는 제가 잘하는 과목을 위주로 수강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넓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누구보다 많은 과목을 듣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했습니다만, 아직도 그 욕망 때문에 몇몇 과목의 수강을 망설였던 것을 후회하고는 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최근 연구 논문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때 그 공부를 조금 더 했더라면 제 생각이 넓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입니다. 그 당시에도 저는 필요를 알고 있었지만, 성적이라는 핑계로 그를 애써 무시했던 것이지요. 잘하는 것만 고집하면 잘하는 것만 잘하게 됩니다. 못하는 것은 영영 못 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태도를 고수한다면, 그 '잘하는 것'은 결국 고등학생의 범위에 갇히게 됩니다. 저는 대학 진학 후 그 범위를 깨기 위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성적이 대학 입시에 사용된다면, 대학교 성적은 취직이나 대학원 진학에 사용되어 여러분을 더 오래 따라다니는 것이 보통입니다.
R&E는 공부의 필요를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대학에 가보지 않고 대학에서 무엇이 중요할지 예측할 수 없듯이, 연구를 해보지 않고 연구에 무엇이 필요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시험 문제를 틀리는 것과 R&E에서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시험 문제는 맞히는 것이 기대되는 반면 연구는 앞서 이야기했듯 실패가 기본값이기 때문입니다. R&E는 그래서 성적 걱정 없이 자유롭게 공부의 소요를 탐색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무엇이 현실적이고 더 가능성 있을지 생각하기보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바랍니다.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시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강한 동기 부여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지식을 누구보다 더 필요로 한다면 바로 여러분이 그것을 가장 잘하게 될 것입니다. 필요를 모르는 공부는 결국 동력을 잃습니다.
VI. Relax & Enjoy!
저는 연구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R&E를 비롯해 선배 연구자를 만날 기회가 여럿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멋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제게 그들이 가장 멋있어 보였을 때는 본인의 연구를 설명할 때였습니다.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자신감에서 비롯한 여유를 가진 사람은 참 멋있습니다. 저는 불안이 많은 편이어서 그 여유가 특히 부러웠기 때문에 그들의 여유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연구의 결과는 불확실합니다. 사실 연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미래에 대한 모든 확신은 거짓말입니다. 우리가 연구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우리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입니다. 그 사실 자체를 조건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연구가 행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도 이것이 유일하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 과정을 즐기는 것이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 실익은 없습니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냐고 질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여유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 말에 공감하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R&E를 그 연습으로 삼을 것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R&E를 Relax & Enjoy하기는 사실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욕심이 압박으로 번지지 않도록 통제하고 외부로부터의 경쟁을 배제하면서 Relax하는 것도 어렵고, 연구를 제대로 Enjoy 할 수 있을 만큼 몰입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R&E가 Relax & Enjoy하기 가장 쉬운 연구입니다. 학생 스스로 완전히 자유롭게 연구 주제를 정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많지 않습니다. 전공, 소속 연구실의 기존 연구 기조, 연구비 등 연차가 올라갈수록 연구 주제를 정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요인은 많아집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될 때 가장 하고 싶은 연구를 해보세요. 결과에 욕심도 나고 압박도 느끼겠지만, R&E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여러분이 졸업을 못하거나 직업을 잃지는 않습니다. 쉽게 돌아오지 않는 자유임을 인지하고, Relax & Enjoy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그 여유와 그 즐거움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훗날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면, R&E의 기억을 꺼내어 그때의 그 느낌을 따라가세요.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금 겪는 일이 더 큰 일의 일부임을 기억하세요. 결국 행복이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