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 후기
학생들의 R&E 지도에 교사의 개입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경기과학고등학교 채상미 교사
인공지능 연구
학교에서 학기 초 1년간 함께 연구를 진행할 학생들을 만날 때는 항상 설레입니다. 학생들과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무엇보다 연구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학년에 따라 이 과정은 다릅니다.
1학년 친구들은 연구 자체를 낯설어 하기 때문에 연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나가지요. 2학년 친구들은 1학년 때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연구도 구체적이고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말하는 학생들을 보자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까지도 합니다. 물론 학생들은 제가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으면 설명에 오류가 있나 싶어 하지만요. 엄청 감탄한 표정인데 말입니다.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인공지능 연구는 구체적으로는 딥러닝 연구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을 CNN, LSTM을 지나 GAN, AUTOINCODER, GPT-3의 모델을 사용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TensorFlow, Keras를 이용하여 구현하고요. 그리고 강화학습과 유전알고리즘도 학생들이 연구 주제로 좋아하는 알고리즘입니다. 이 또한, 파이썬으로 구현합니다.
눈치 채셨나요?
네 맞습니다. 파이썬을 먼저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경기과학고는 1학년 때 C언어를 문제해결 프로그래밍으로 익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납니다. 파이썬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언어부터 익혀야 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코드로 나만의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겠지만, 실제 연구의 과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연구 주제를 정하고 언어를 익히고, 논문을 읽고, 배경이론을 공부하고... 올해 연구팀들은 배경이론을 공부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물론, 2학기 때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알지만 연구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연구의 진행 속도가 느린 것은 교사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을 재촉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이런 고민을 할 때 <과학영재 창의연구(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를 한다는 공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저없이 신청했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과학영재 창의연구(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
연수 프로그램은 선생님들의 일정을 고려하여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블렌디드 형태의 연수로 운영되었습니다. 온라인 특강은 R&E 연구를 지도할 때 놓칠 수 있는 연구 윤리의 사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2차시에 걸친 내용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면 되는 형태였지요. 네이버의 edwith(에드위드) 플랫폼을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강의가 많이 올라와 있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이고 네이버 아이디를 이용할 수 있어 따로 회원가입을 하거나 인터넷 주소를 검색해서 들어갈 필요가 없는 점이 편리했습니다. 연수 내용 또한 유익했습니다. 물론 연구 윤리를 지키도록 평소에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면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해 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온라인 연수 이후에 진행된 집합연수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집합연수는 특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인공망막기술, 보행보조 외골격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구에 대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인공망막 기술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 전기, 정보통신의 융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인공 망막 장치의 기본 원리는 전기적인 자극으로 망막의 신경세포들이 뇌로 다시 신경 신호를 보내게 만드는 것으로, 빛을 검출하는 기능을 카메라나 포토다이오드 등으로 대신해 주고, 획득된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잔존 신경 세포들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망막 신경절 세포들이 다시 뇌로 시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시각 정보가 전기 신호의 자극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이를 뇌가 인식하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는 설명을 들을 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질문드리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깊은 내용을 다 설명하기 힘드셨을 텐데도 저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해 주셨습니다.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출처:(2019)융합연구리뷰 8월호, 융합연구정책센터, 임매순, 한성민
점심 식사 이후에는 입문 코스와 심화코스로 나누어 연수가 진행되었습니다. R&E 지도 경력에 따라 1년 차와 2년 차 이상으로 나누어 신청을 받았습니다. 입문 코스는 연구주제 선정, 연구 수행 단계별 R&E 지도, 행정 처리 등의 노하우, 연구 노트 및 보고서 작성에 관한 내용이었고 심화 코스는 연구 수준 및 범위 설정, 데이터 분석, 통계 처리, 연구 결과 분석 처리의 애로 사항 해결법과 노하우 공유의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R&E를 지도한 지 3년 차이기 때문에 심화 코스를 신청했습니다. 연구 지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연구 주제를 선정해 나가고 연구를 끌고 가는 데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실험으로 얻은 수치 결과들을 분석하는 데는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심화 코스는 저에게 딱 막는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의 알찬 설명도 좋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수학, 과학, 정보 선생님들과 강의 시작 전에 간단히 인사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강의 못지않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은 다르지만, R&E 지도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어서 그런지 학교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공유하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교과별로 모여 분야별 R&E 지도 우수 사례에 대한 강연을 듣고 교과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정보교사라 정보/융합에서 우수한 사례를 보여주신 선생님께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노하우와 연구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을 들었습니다.
어느 때보다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R&E 지도를 해줬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찾아와 함께 식당에서 찍은 사진은 보기 좋았습니다.
첫날의 마지막 순서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R&E 연구 지도 사례와 향후 방향성에 대한 토의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뵙고 이야기를 나누니,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의 R&E를 운영할 때의 힘든 점. Padlet을 이용한 자료 제출이나 운영 방식이 이해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취지를 들으니 그 안에 있는 교육적 의도를 알 수 있었고 이후 2학기 때 창의 R&E의 과정을 따라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생소한 Padlet을 이용한 공유가 학생들에게는 생소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 화면은 Padlet을 이용한 공유 화면입니다. 우리나라에 참여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위치 포인터가 있고, 이를 클릭하면 해당 학교의 공유 화면이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다른 학교의 연구 내용도 궁금해서 한 군데씩 클릭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다른 연구를 살펴보는 것 만들로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2022년도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중간 성과 공유회 발표자료(Padlet 활용)보기 (https://url.kr/2zidkh)
2일차는 분야별 연구 실험, 실습 랩실을 탐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국가출연 연구소를 교과별로 각 분야에 맞는 랩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수학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물리/공학/정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화학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물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지구과학은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하여 R&E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방문하였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제로 탑승해 보고 어떠한 원리로 장애물을 인식하는지 연구원님들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news.php?idx=47166)
올해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의 연구 주제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적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라 저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방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연구는 강화학습을 적용하여 보상함수 알고리즘을 제안하는 연구입니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주행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아보는 연구입니다. 시뮬레이션으로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에러가 발생했고, 이런 어려움에 대해 연구원님께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22 창의 R&E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적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 연구' 결과보고서의 그림 일부
연수 그 후...
연수 후 부산광역시영재교육진흥원 연구원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습니다. 제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한 모습이 기억에 남으셨는지,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교수님과 직접 연결해 해주셨습니다. 교수님과 연락하시면서, 저희의 일정을 고려해 주시면서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연구를 지도할 때의 고민...
연구 지도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고등학생들의 연구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새로운 연구 동향을 적용해서 학생들과 코드로 구현하면 완성한 해도 있었습니다. 제목도 멋지고 결과가 만족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배경이론에 대한 기본이 탄탄하지 않고 필요한 내용만 익혔다는 걸 느꼈습니다. 필요한 내용만 공부하였고 이를 코드로 구현하여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해를 마무리하면 이게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기본에 대해 연구를 하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하는 것이 더 옳은 연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힘을 좀 빼고 학생들에게 키를 더 많이 넘겼습니다.
연구 진행 속도는 이전보다 느렸지만 학생들은 더 재밌어 했습니다. 나의 연구라는 생각을 좀 더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학생이 다 그렇게 느꼈냐고 질문하실 거 같습니다. 100%는 아닙니다. 제가 지도한 창의 R&E 팀은 3팀입니다. 2팀은 제가 보람을 느낄 정도로 스스로 재밌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팀은 많이 헤맸지요. 하지만 그 팀도 많이 칭찬해 주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고요. 그 학생들이 겪은 실패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연구 과정으로 남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R&E 지도에 교사의 개입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요?
교사가 연구를 끌고 가면, "학생들이 많이 배우고, 연구로 멋진 성과를 얻을 수 있구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연구를 끌고 가면, "많이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겠지요. 지도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입니다. 저는 올해는 학생의 의견을 많이 듣고 응원해 주고, 방향을 잡아주면서 지도한 해입니다. 학생들이 성장한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학생들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주어서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창의 R&E 지도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또 새로운 주제로 공부하면서 학생들과 고민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