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유기구조체(MOF) 작용기 조절을 통한
Knoevenagel 축합 반응성 연구
대구일과학고등학교
I. 지도교사 수기
지도교사: 정규한(대구일과학고등학교)
1. 들어가며(연구에 대한 정리)
과학고등학교에서 한 해의 마무리는 학생들과 진행한 연구 결과로 정리되지만, 교사에게 남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닿기까지의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실험실 앞에서 한단계 나아가기 위해 긴 시간을 보내고, 어떤 날은 데이터 한 줄을 붙잡으며, 어떤 날은 한 문장의 의미를 다시 쓰는 그 시간들. 그 시간을 지나며 학생들은 점점 말이 줄고, 대신 기록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변화가 연구가 학생에게 남기는 가장 진실한 흔적이라고 믿게 됩니다.
이번 연구는 금속유기구조체(MOF), 그중에서도 안정성이 높아 다양한 응용 연구의 출발점으로 널리 활용되는 UiO-66 계열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은 UiO-66의 골격을 기반으로 작용기를 달리한 유도체들을 마련하고, 그 차이가 Knoevenagel 축합 반응에서 어떤 반응성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뼈대, 다른 작용기를 비교하는 연구였습니다. 같은 구조를 공유한다는 점은 실험을 단순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만큼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야 하기에, 더 엄격한 통제와 더 정직한 해석이 요구됩니다.
학생들이 끝까지 붙잡았던 질문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작용기 하나의 차이가, 반응이라는 세계에서 정말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학생들은 합성과 정제, 분석과 해석을 반복했고, DGIST 박진희 교수님의 연구실에서의 도움을 바탕으로 그 과정에서 '과학'이란 결국 정확함을 향해 스스로를 계속 수정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2. 학생 연구 과정에 대한 회고
R&E를 지도하다 보면, 해마다 비슷한 문장들을 반복해서 쓰게 됩니다. '열심히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 문장들이 익숙해지는 순간, 교사의 마음이 먼저 무뎌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4년째 창의재단 R&E 활동을 이어오며 번아웃과 매너리즘 사이 어딘가를 여러 번 지나왔습니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쁘고 촘촘한 학교의 시간 속에서 연구를 지켜내는 일은 때로 의미를 지켜낼 체력까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대구일과학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MOF 연구는 그 무뎌진 감각을 조용히 되돌려 초심을 찾게 해주었습니다. 학생들은 단지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 이유를 끝까지 지키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실험이 틀어지는 날에도,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오는 날에도, 학생들은 연구를 포기하는 대신 연구를 더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시켜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의 방향을 붙들고 다음 걸음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저는 오랜만에 지도교사로서의 마음이 다시 단단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든 강혜원, 권민주, 윤나영 세 학생에게는 교사로서 더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결국 기술보다 태도가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결과에서 세 학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세 학생의 강점은 서로를 대체하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태도였습니다. 연구가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는 중심을 다시 세우고, 누군가는 숫자와 조건 앞에서 한 번 더 확인하며, 누군가는 그 과정 전체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남도록 문장과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 연구는 단순히 수행하는 연구에 머물지 않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는 연구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보여준 태도가 곧 연구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과보다 오래 남아, 앞으로 어떤 연구를 만나더라도 다시 학생들을 연구자로 돌아오게 해줄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 학생의 수상 성과만큼이나 함께 MOF를 연구했던 여섯 명(강혜원, 권민주, 윤나영, 박서은, 최민주, 최민정)의 학생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상은 결과의 한 형태일 뿐, 연구의 가치는 참여한 모든 사람의 시간과 태도 위에서 완성됩니다.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과정이 덜 값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연구를 함께한 학생들이 보여준 성실함과 협력, 그리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책임감이 있었기에, 팀의 연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교사로서 저는 올해, 오랜만에 보람이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떠올렸습니다. 수상이라는 결과가 주는 기쁨도 물론 크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학생들이 연구를 통해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지키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실험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기록을 남기고, 결과가 흔들려도 원인을 찾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한 팀으로 연구를 완주하는 모습은 과학교사로서 가장 큰 보상입니다. 과학을 가르치는 일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학생들이 세상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일인데, 올해 학생들은 그 시선을 몸으로 익혀 주었습니다. 강혜원, 권민주, 윤나영 세 학생의 성과에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를 전하며, 함께 연구한 여섯 명의 학생 모두에게도 같은 마음을 전합니다. 학생들이 보여준 성실함과 협력,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태도 덕분에 저는 과학교사로서 '이 일을 계속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다시 얻었습니다. 올해의 연구는 학생들에게만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교사인 저에게도 오래 남을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3. DGIST 연구 협력에 관한 회고
R&E 과정 및 학생 지도 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며 DGIST 박진희 교수님 연구실과의 인연은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R&E가 시작될 때면,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어디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 질문을 끝까지 연구로 완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마음이 함께 찾아옵니다. 그럴 때마다 DGIST 박진희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단지 도움을 받는 자문위원 뿐만 아니라, 질문이 실제 연구의 언어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주셨습니다.
박진희 교수님은 DGIST 화학물리학과의 유무기 하이브리드 연구실(Organic-Inorganic Hybrids Lab)을 운영하시며, 유기 리간드와 금속 이온(또는 금속 클러스터)의 배위결합을 바탕으로 기능성 유무기 하이브리드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환경·에너지·바이오 분야로 확장하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실은 금속유기구조체(MOFs)와 금속유기다면체(MOPs)를 중심으로, 다공성 고분자 구조체(PPNs), 유무기 나노하이브리드 등 다공성 기능성 소재를 폭넓게 다루며, 소재의 구조 설계가 곧 기능의 설계로 이어진다는 점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사로서 깊이 감사한 점은, 이 협력이 R&E라는 한 해의 일정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교수님 연구실은 매년 학생들의 연구 주제를 함께 고민해 주시며, '무엇을 하면 될까'가 아니라 연구의 방향성을 먼저 짚어 주셨습니다. 변인을 어떻게 통제할지, 결과가 흔들릴 때 무엇을 먼저 의심해야 할지,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떤 언어로 설명해야 신뢰가 생기는지, 그 기준을 학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의 조언과 사사를 통해 방향을 세워 주셨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얻은 결과를 그대로 좋은 결과로 포장하기보다, 왜 이런 값이 나왔는지를 끝까지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
또 하나, 협력 과정에서 제가 특히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연구실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지던 분위기입니다. 함께 실험하고, 함께 해석하고, 작은 신호 하나에도 '왜?'를 놓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어느 순간 연구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빠져드는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MOF와 같은 소재를 다루며, 작용기 하나의 변화가 반응의 흐름과 결과로 이어지는 장면을 직접 마주할 때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지곤 했습니다. 학생들의 연구가 이해의 변화로 이어지는 순간, 그 순간이야말로 교사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학생들이 화학을 시험의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로 느끼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MOF 연구는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어 연구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2025년 노벨화학상은 금속유기구조체(MOF) 개발의 공로로 수여되었고, 이를 학생들이 손으로 만들고 눈으로 확인했던 활동이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매해 학생들의 질문이 학교 안에서만 머물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신 박진희 교수님, 그리고 연구 현장에서 학생들을 세심하게 이끌어 주신 유수정·한규리 조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R&E를 넘어선 꾸준한 관심과 사사, 그리고 현장에서 체감한 연구의 기준과 분위기는 학생들에게 연구의 방법뿐 아니라 연구의 마음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4. 맺으며
요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과학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조차, 화학을 망설이는 분위기를 종종 마주합니다. 어렵고, 계산이 많고, 외워야 할 것이 많다는 인상이 먼저 앞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사로서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습니다. 화학은 결코 부담스러운 과목이 아니라, 한 번 손에 잡히기 시작하면 세상을 가장 생생하게 설명해 주는 가장 재미있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올해 RnE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연구를 통해 보여준 변화는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MOF라는 낯선 소재와 분석 도구가 부담스럽게 느껴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험을 반복하고, 데이터가 흔들리는 이유를 찾고, 작용기 하나의 차이가 반응의 결과로 이어지는 장면을 직접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어느 순간 화학을 문제집 속의 공식이 아니라 현상이 연결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들이 화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학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학문이 아니라, 변화를 읽고, 그 변화를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던 세계가 실험과 분석을 통해 갑자기 또렷해지는 경험이 화학이 가진 가장 강력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 R&E 사업에 대한 감사는 더욱 커집니다. R&E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화학이 살아 있는 학문임을 몸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끝났을 수도 있는 질문이, 연구기관과 연결되고, 더 정교한 분석과 더 엄격한 기준 속에서 다시 검증되며, 결국 설명 가능한 연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R&E가 만들어 준 기반 덕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경험은 학생들에게 '화학을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R&E가 충분히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올해의 R&E는 특별했습니다. 4년째 R&E를 지도하며 때로는 번아웃과 매너리즘이 스며들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올해 학생들의 성실함과 끈기, 그리고 현상을 이해해 가는 즐거움이 교사인 저를 다시 세워 주었습니다. 연구는 학생을 성장시키지만, 때로는 학생이 교사를 다시 성장시킵니다. 저는 올해 그 사실을 선명히 배웠습니다.
끝으로, 이 과정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소중히 다뤄 주신 연구기관과 연구실의 도움, 학교 안팎에서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신 R&E 사업,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연구를 완주한 학생들의 시간과 마음이 모여 올해의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화학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화학은 어렵다'라는 말보다, '화학은 재미있다'라는 말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올해 학생들 덕분에 다시 믿게 되었습니다.
II. 학생 수기
강혜원, 권민주, 윤나영(대구일과학고등학교)
들어가는 글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대구일과학고등학교 강혜원, 권민주, 윤나영으로, 지난 1년 동안 금속유기구조체(MOF)의 작용기 조절을 통한 Knoevenagel 축합 반응성을 연구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단순한 조건 비교가 아닌 작용기 변화가 반응성에 미치는 차이를 정량적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저희의 이야기를 웹진에 담을 기회를 얻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에서는 연구 결과만을 나열하기보다, 그 결과에 닿기까지 저희의 연구 과정과 시행착오와 배움의 과정을 함께 담아 짧게나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연구 과정
저희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1. 시료 혼합
시료를 혼합하며 저희가 가장 먼저 신경 쓴 점은, 이후 비교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출발선을 최대한 같게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UiO-66 및 그 유도체(UiO-66-NH₂, UiO-66-NO₂, UiO-66-OH, UiO-66-SO₃H)를 합성하기 위해 각 MOF 합성 시 필요한 클러스터인 ZrCl₄와 리간드, 산, 용매를 순서대로 혼합하고 초음파 처리하여 용해시켰습니다. 이후 혼합 용액을 오븐에서 가열하여 결정을 성장시켰고, 이 단계에서 용액의 색 변화나 침전 형성 양상이 유도체별로 미세하게 달라 작용기 차이가 합성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왼쪽부터 -NH₂, UiO-66, -NO₂, -OH)

(왼쪽부터 -NO₂, -OH, -NH₂, UiO-66)
2. 워싱 (Washing)
워싱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세척이지만, 실험 결과를 흐릴 수 있는 잔여물(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리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가장 쉽습니다. 합성된 MOF에는 반응에 사용된 용매나 남은 시약, 부산물이 일부 포함될 수 있는데, 이런 성분이 남아 있으면 촉매 성능 평가에서 실제 MOF가 아닌 잔여 물질이 반응을 촉진하거나 방해해 결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MOF 혼합 용액에 순수 용매를 넣고 원심분리한 뒤 상등액을 덜어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 불순물을 제거했습니다. UiO-66, UiO-66-NH₂, UiO-66-NO₂, UiO-66-OH는 DMF와 에탄올을 사용했고, UiO-66-SO₃H는 성질에 맞춰 DMF와 메탄올을 사용했습니다. 같은 워싱이라도 시료별로 적절한 용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 과정에서 확인하였습니다.


(왼쪽부터 -NH₂, -OH, -NO₂)
3. 진공 건조(활성화)
진공 건조는 워싱 과정에서 MOF 내부에 남아 있는 용매를 빼내어 기공을 열어주는 활성화 과정입니다. MOF는 내부에 작은 구멍(기공)이 많은 물질인데, 합성이나 워싱 과정에서 용매가 그 기공 안에 남아 있으면 반응물이 들어가기 어려워 촉매로서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각 MOF를 vacuum line(슈링크라인)에 연결하고, 90℃에서 12시간 이상 열을 가하며 진공 상태로 건조해 잔여 용매를 제거했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이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기공을 가진 촉매라는 MOF의 장점이 실제 반응에서 발현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NH₂, -NO₂, -OH, -SO₃H)
4. PXRD 분석
PXRD는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결정 구조를 회절 패턴을 통해 지문처럼 비교해 보는 분석입니다. 같은 이름의 MOF라도 결정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거나 결정성이 낮아지면 촉매 성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촉매 실험에 앞서 구조 확인은 필수였습니다. 저희는 최종 합성한 MOF의 PXRD 분석을 통해 결정 격자에서 나오는 회절 패턴을 확인했고, 문헌 및 기존 연구 결과와 비교하여 UiO-66 계열 구조가 의도대로 형성되었는지, 결정성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특히 유도체별로 패턴의 강도나 선명도 차이가 나타날 때는, 합성 조건과 작용기 특성이 구조 안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다음 단계 해석에 반영했습니다.


5. Knoevenagel 축합반응 (촉매 성능 평가)
구조가 확인되면, 이제 MOF가 실제로 촉매로서 얼마나 작용 하는지 시험할 차례였습니다. 저희는 Knoevenagel 축합 반응을 모델 반응으로 선택했는데, 이는 유기 합성에서 탄소-탄소 결합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반응이라 촉매 성능 차이를 비교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UiO-66 및 유도체 촉매를 정량한 뒤, 벤즈알데하이드와 말로니트릴을 무수 아세토니트릴에 넣어 혼합하고 50℃, 100 rpm 조건에서 12시간 교반했습니다. 또한 촉매가 없는 대조군도 동일 조건으로 수행해, 반응이 촉매 때문에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비교할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UiO-66 및 그 유도체들을 비교 실험함으로써 리간드의 작용기의 전자적, 입체적 특성이 반응 전환율 및 선택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습니다.



6. NMR 분석(반응 진행 전화율 확인)
마지막으로 NMR 분석을 통해 Knoevenagel 축합 반응의 진행 여부와 생성물 형성 정도 확인하였습니다. 저희는 촉매 반응액을 소량 채취해 아세토니트릴-d₃와 혼합한 뒤 ¹H-NMR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반응물인 벤즈알데하이드의 알데하이드 피크가 감소하는지, 그리고 생성물에 해당하는 새로운 피크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며 반응의 진행 정도와 전환율을 추적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촉매만 바꾸어 얻은 스펙트럼을 비교함으로써, 작용기별 MOF 촉매가 반응 속도와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
1. PXRD 분석 결과
PXRD는 물질의 결정 구조를 ‘회절 패턴'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같은 이름의 MOF라도 구조가 달라지면 촉매 성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 해석의 출발점이 됩니다. 분석 결과, 모든 시료에서 UiO-66의 특징적인 피크(2θ ≈ 7.4°, 8.5° 등)가 뚜렷하게 관찰되어 UiO-66 및 유도체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결정 구조로 합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이후 촉매 반응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합성이 잘못돼서라기보다, 작용기 변화에 따른 촉매적 특성 차이로 해석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2. ¹H-NMR 분석 결과
다음으로 ¹H-NMR 분석을 통해 Knoevenagel 축합 반응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확인했습니다. 저희는 반응의 지표로 δ≈9.9~10.0 ppm 부근의 알데하이드 피크(반응물)와, δ≈8.0 ppm 부근의 비닐성(알켄) 피크(생성물)에 주목했습니다. 초기 반응물인 벤즈알데하이드에서는 알데하이드 피크만 관찰되었지만, UiO-66 계열 촉매를 넣은 조건에서는 알데하이드 피크가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생성물 피크가 새롭게 나타나 반응이 실제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촉매별 스펙트럼을 비교했을 때 반응성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아미노기(-NH₂)는 전자주개기로서 촉매의 염기성을 강화해 활성 메틸렌(말로니트릴)의 탈양성자화(반응 시작 단계)를 촉진하여 높은 활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반대로 니트로기(-NO₂)는 전자끌개기로서 알데하이드 쪽을 더 잘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루이스 산성 강화)을 만들어, 카보닐 탄소의 반응성을 높이며 높은 촉매 활성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하이드록시기(-OH)는 수소결합 및 흡착 효과로 반응을 부분적으로 안정화해 중간 수준의 활성을 보였고, 설폰산기(-SO₃H)는 과도한 산성이 탈양성자화 단계와 기공 내 확산을 방해해 오히려 반응 효율을 떨어뜨리며 가장 낮은 활성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의 실질적 활용
본 연구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기존 균일 촉매가 지닌 회수 불가능성과 환경적 부담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MOF 기반 고체 촉매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MOF는 불균일 촉매로서 반응 후 용매와의 분리가 가능하며, 회수 및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촉매 설계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NH₂, -NO₂ 작용기가 도입된 MOF가 우수한 반응성을 나타낸 결과는 작용기 조절을 통해 촉매 성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MOF 설계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둘째, Knoevenagel 축합 반응이 신약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유기 합성 및 응용 화학 분야에서 핵심 단계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실질적인 응용 가능성을 지닙니다. 실제로 항암제, 항균제, 항바이러스제 등 다양한 생리활성 화합물의 합성 경로에서 Knoevenagel 반응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UiO-66-NH₂, UiO-66-NO₂와 같은 기능화 MOF 촉매는 반응 전환율 향상에 그치지 않고, 의약품 후보 물질 합성의 효율성과 선택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적이며 재사용이 가능한 고체 촉매라는 특성은 제약 산업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 방향과도 부합합니다. 더 나아가 MOF 기능기 설계 전략은 의약 합성뿐 아니라 그린 화학, 환경 오염 물질 제거, 선택적 분리 공정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행 착오
연구 초기에는 UiO-66 합성이 원활하지 않아 침전물 형성이 적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분명 같은 조합을 넣고 같은 과정을 거쳤는데도 침전이 기대만큼 생기지 않아, 어디서부터 다시 확인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남았습니다. 이에 전문가 피드백 과정을 거치며 반응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해당 조언을 바탕으로 기존의 반응 조건이었던 120℃, 48시간에서 80℃, 18시간으로 온도와 시간을 조정하여 재실험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보다 안정적인 결정 구조의 UiO-66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분석 단계에서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분석 단계에서 초기에는 PXRD 데이터에서 나타난 피크 강도의 차이를 단순히 구조가 형성되었는지 여부로만 판단하였으나, 이는 해석의 한계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후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기공 구조 변화와 결함 가능성까지 고려한 해석으로 관점을 확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특히 OH 및 SO₃H 작용기가 도입된 유도체에서 관찰된 피크 강도 감소나 피크 확장은 단순한 실험 오차가 아니라, 작용기 치환에 따른 결정성 저하 또는 부분적 구조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촉매 실험 과정에서 반응 전환율의 편차가 커 데이터 신뢰성이 낮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반응 모니터링 방식과 NMR 분석 조건을 보다 세밀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지도를 받았습니다. 이후 DGIST 박진희 교수님 연구실에 직접 방문하여 추가 실험을 수행하였고, 분석 조건을 정밀하게 통제함으로써 데이터의 일관성과 재현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행 착오에서 조건 설정, 데이터 해석, 분석 방법 전반에서의 반복적인 수정과 검토를 통해, 연구는 점차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느낀점
대구일과학고등학교 강혜원 먼저 본 연구를 지도해 주시고 연구 전반에 걸쳐 많은 도움을 주신 정규한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첨단 분석 기기와 우수한 연구 환경 속에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은 학생으로서 쉽게 얻기 어려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을 차근히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란 결과뿐 아니라 과정 자체가 중요한 학습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제 진로와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를 다루며 관련 배경지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향후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학습과 성실한 태도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협력한 팀원들에게 감사드리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동하는 과정 속에서 연구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구일과학고등학교 권민주 아낌없는 지도와 조언을 해주신 정규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함께 연구를 수행하며 팀원들과 협력할 수 있었기에 연구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R&E 활동을 하며 실험 기구와 첨단 기기들을 직접 다뤄보고 사용 방법을 익힐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실험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하나의 연구 결과만이 아니라 연구를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바로 답을 찾기보다 한 번 더 고민하고 다시 시도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졌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질문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며, 그 결과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앞으로의 학습과 연구 활동에 중요한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단순히 관심에 그치던 분야가 실제 연구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이어가고 싶은지 분명해졌고, 그 과정에서 진로 목표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R&E 활동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대구일과학고등학교 윤나영 먼저 연구 전반에 걸쳐 아낌없는 피드백을 해주신 정규한 선생님과 유수정 조교님, 그리고 함께 연구를 이어나간 팀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처음 진행하는 대규모 R&E 프로젝트라 시작 단계에서는 막막함이 컸지만, 지도와 협업 덕분에 끝까지 연구를 끝까지 잘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인근 대학인 DGIST에서 학교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PXRD, NMR과 같은 첨단 분석 장비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결과 해석 과정에서 내가 고려한 요인 외에도 다른 변수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자의 태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본 연구에서는 PXRD 분석 결과를 통해 기공 구조나 부분적인 구조 변화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 주제인 금속유기구조체(MOF)는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 주제인 만큼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번 R&E 활동을 계기로 MOF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생겼으며, 특히 MOF의 의약학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화학과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있던 진로 관심이, 의공학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분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