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직면한 위협, 기후변화와 코로나
최근에 우리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존에 직결되는 피해를 보았다. 지난해 2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로젠몬타크(Rosenmontag)1) 축제'가 있었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작품 중 하나인 주제명 '코로나와 기후변화 위협에 직면한 지구'는 인류가 '기후변화'와 '코로나'로 처한 상황을 잘 묘사했다. 그나마 백신, 치료제 개발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코로나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아쉽게도 끝이 아니다. 이미 우리 뒤에서 더 큰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기후변화'다. 인류의 과학기술은 그간 많은 진보를 이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많은 진보를 이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 1.5도
우리 인류는 이미 1992년 UN 기후변화협약(UNFCCC)2)을 시작으로 전 지구적 기후변화 이슈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에서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 산업혁명 시기 대비 온도 상승을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규정과 함께 기후변화 이슈 해결 의지를 합의했다. 1.5도의 기온 상승을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경제 논리에 휩쓸려 지지부진했다가 점차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2019년 스페인에서 개최된 당사국 총회(COP25)에서는 121개국이 '기후목표상향동맹(Climate Ambition Alliance)'을 결성하고,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당사국 총회(COP26)에서는 탈화석연료를 가속화하는 등 2050년 탄소중립화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위협이 전 지구적 인류의 생존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움직임이다.
국가차원의 움직임 외에도 애플, 구글, 아마존, BMW 등 우리에게 친숙한 280개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제품 생산을 하겠다는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 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신들과 같이 비즈니스를 하는, 다른 협력기업들에도 재생에너지 사용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유발자는 지구人
기후변화 난제 해결을 위해 195개국이 참여해 만든 UN 산하 IPCC3)를 중심으로, 과학자들과 함께 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시나리오 및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6차 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인간 영향에 의한 온난화'를 추가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주범이 바로 인류라는 의미다. 인류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앞으로 20여년 배출하게 될 경우, 2040년에 기온 상승 폭은 이미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상승하게 될 경우, 폭염은 과거보다 8.6배, 집중호우 1.5배, 가뭄 2배 등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지구가 1.09도 뜨거워지는 동안, 한반도는 1.8도가 올라서 놀랍게도 지구 전체 평균을 훨씬 더 넘어섰다. 한반도의 여름은 작년의 경우 그 전보다 20일 길어졌다. 이미 우리들은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우리 땅에서 나는 농수산물 등 변화를 이미 체감하고 있다.
원소번호 6번 탄소의 이중성과 공생
지구가 이처럼 온실(Greenhouse)처럼 바뀌는 원인은, 지구 대기층에 형성하고 있는 온실가스(Greenhouse gas)4) 때문이다. 이산화탄소(CO2)가 대표적이다. 이산화탄소는 흔히 연소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탄소(Carbon)와 대기 중 산소와 결합하여 쉽게 만들어진다. 탄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기체에 모두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탄소는 공교롭게도 이중성을 갖는다.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들기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동시에 필수적인 원소이기 때문이다. '빅뱅(Bigbang)'이란 엄청난 폭발로부터 시작된 우주, 탄소도 이 '빅뱅'에서부터 왔다. 탄소는 우주에서 네 번째로 많은 원소이고 지구에선 열다섯 번째로 많은 원소이다. 우리 몸에서 탄소는 수소, 산소, 질소 등과 결합해 '탄소 화합물'의 형태로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도와준다. 또한 아름다운 보석 '다이아몬드'도 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신선식품 포장에 같이 있는 드라이아이스, 연필심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위에 많은 것들이 '탄소'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모든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탄소'는 인류의 풍요를 위한 역할을 다해주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인간이 너무나 과도하게 사용해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이제는 탄소와 공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과학기술의 도전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란 이산화탄소(CO2)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남은 온실가스는 다시 포집, 저장하거나 활용함을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순배출 제로(Net-zero)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발전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림4'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미래상'으로, 실제 견인해 나아갈 수 있는 핵심 기술에 대한 목표와 중점기술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태양광, 풍력, 수소, 바이오에너지의 에너지 전환 미래상, 철강·시멘트, 석유화학, 산업공정 고도화, CCUS(탄소포집·저장·활용)의 산업 저탄소화 미래상, 수송효율, 건물효율, 디지털화의 에너지 효율화 미래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의 이러한 2050년 탄소중립 사회 비전 실현을 위해 현재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하며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나노기술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양한 기술혁신이 요구되지만,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 첨단기술들의 대표 격으로서 중심에 있다. 물질이 나노수준(10-9m)로 작아지면, 전기전자적, 광학적 특성 등이 기존 물리학 이론과는 다른 특성이 구현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나노미터 수준의 전자, 분자 및 이온을 제어하고, 변화를 측정하는 지점에서 출발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전자, 바이오, 에너지, 환경 기술 등에서 나노미터 단위 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나노기술이 다른 기술과 융합화 되어 혁신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 5년마다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이라는 국가의 나노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계획에서는 탄소중립 등 이슈 해결을 위해 나노그린에너지원 기술 개발 등 창의·도전적인 선도 연구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노융합기술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통해 탄소발자국의 제로화(Zero-carbon)를 이끌어, 탄소중립 혁명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탄소중립 실현 - ① 그린수소용 나노기술
친환경 대표 에너지원으로 '수소(Hydrogen)'를 주목하고 있다. '수소혁명'저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mery Rifkin)은 화석연료의 자리를 수소에너지가 대체하리라 전망했다. 현재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천연가스)를 원료로 하거나,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 등 '그레이(Grey) 수소'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기에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로 보기 어렵다. '그린수소'는 탄소 발생 없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를 의미한다.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물분해(수전해) 방식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물을 분해하는 방식의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단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생산한다 해도 저장, 운송 및 활용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 비용 문제도 상당하다. 현재 그린 수소의 생산 단가는 약 13,000원/kg로 2030년에 약 3,500원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노기술을 활용한 막(membrane), 촉매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그림6'과 같이, 차세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은 지구상 가장 풍부한 수자원인 해수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직접 생산하고, 저가의 비금속 나노촉매를 이용해 고순도의 수소를 저가로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조 비용을 줄여 수소 생산 단가를 혁신적으로 절감하여 우리가 지향하는 '수소경제'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 - ② 에너지 하베스팅용 나노기술
에너지 효율화는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방향 중 하나이다. 이 중 에너지 하베스팅(harvesting)은 주위에서 발생하는 빛, 진동, 압력, 열 등의 미세한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어, 효율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를 전환하는 소재 및 소자화에 나노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속방지턱에 압전(압력을 전기로 바꿔주는) 나노소자를 사용하여, 도로에 지나가는 많은 차들이 방지턱을 넘을 때 발생하는 압력을 에너지로 회수할 수 있다. 자동차, 발전소 배관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들을 열전 나노소자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실내 전등에서 발생한 미세한 빛도 광전 나노소재 및 소자로 회수할 수 있고, 유연성 있게 만들어 옷, 가방 등에 적용하여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 - ③ 차세대 모빌리티용 나노기술
지난 100년간 인류의 이동수단은 내연기관 중심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 혁신으로, '모빌리티(Mobility)'라는 이름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고, 여기에도 나노기술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기/수소 시스템 기반 자동차 등 이동수단을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배출 저감을 달성하는 신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핵심은 리튬이온전지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자 많은 혁신이 요구된다. 전지 성능은 단위 부피, 단위 무게 당 에너지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 전기차용 고성능 이차전지안에 전류를 보다 잘 흐르게 하는 보조 소재(도전재)로, 나노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할 경우, 기존 대비 20%만 넣어도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여유 부피를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전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른 부품인 전기차 모터에는 많은 양의 자성(magnetic) 소재가 사용된다. 여기에 희토류 원소들이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광물을 채굴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환경오염도 발생한다. 나노기술을 통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거나 또는 최소 사용한, 희토류 저감 영구자석 나노입자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희토류 저감 영구자석 나노소재는 자동차용 모터뿐만 아니라, 풍력, 로봇 등 모터가 쓰이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전지나 모터 등 부품은 전기차가 실제 주행 중에 많은 열이 발생하고, 이는 전기차 안의 부품 수명 등을 단축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열을 원활히 배출해 줘야 한다. 나노세라믹 기술 등이 적용한 전기차용 방열(열을 방출해주는) 세라믹 소재 기술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나노기술이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여는데 핵심적 기여를 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탄소시계(Carbon clock)를 거꾸로 돌리는 슈퍼히어로, 나노기술
독일에 'MCC'5)라는 연구소가 있다. 2012년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경제 및 사회과학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여주는 '탄소시계(Carbon Clock)'를 운영하고 있다. 이 탄소시계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인류가 기온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산업혁명 시대를 기준으로 지구의 온도가 '2.0도 상승하는 시점'과 '1.5도 상승하는 시점'이다. 2.0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은 25년 7개월, 1.5도 상승까지 남은 기간은 7년 9개월로 예측된다.
우리 인류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탄소중립' 실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볼 때, 탄소중립 실현은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다. 세계 선두권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들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제를 도전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이 등장했다. 나노기술 과학자, 공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우리나라 나노기술은 지난 20년간 연구개발 등 노력을 통해 세계 4위 수준에 올라섰다. 그간 나노기술이 선진국 과학기술 수준을 추격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한 출연연구소의 모토인 '지구를 살맛나게 하는 1도(℃)의 기술'처럼, 나노기술이 지속적인 발전을 해서,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여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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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미의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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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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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UN 산하 기후변화 범정부 간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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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2005년 발효)에서는 6대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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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ercator Research Institute on Global Commons and Climate 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