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 창의연구(R&E) 지원센터에서는 120여명의 교수들이 R&E 연구팀들을 위해 컨설팅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교수들이 온 마음을 다 하여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 중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윤우 교수는 인기 컨설턴트로 꼽힌다.
최우수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그를 만나 컨설팅의 노하우와 고등학생 연구자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윤우 교수입니다. 1991년 미국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화학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1년부터 2004년까지 KIST에서 오존층 파괴물질인 CFC의 대체물질개발연구를 수행하면서 청정기술연구센터장을 맡았습니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반응공학, 분리공정, 공정실험, 녹색공학 등 교육과 초임계유체공정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3-2014년에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부장과 BK21 단장을 맡았고, 2015-2017년에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창립준비위원장과 초대학과장을 맡으면서 교육에 대해 성찰을 하였고, 이후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제가 맡은 강의에 대한 혁신을 주도하였고 교육에 대한 강연을 다녔습니다. 그 결과 2019년 서울대 교육상, 2020년 한국화학공학회의 '형당교육상', 2021년에 한국공학교육학회의 '이기준공학혁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여러 고등학교에서 요청한 초청 강연에서는 화학공학의 미래를 전망하고 초임계유체기술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초비판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으며, 다양한 학생들이 제안한 많은 주제의 R&E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2021년 R&E 컨설팅에 적극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R&E 컨설팅에 참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팀이나, 주제가 있으셨다면?
R&E 컨설팅을 하면서 세종과학고의 초임계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염색 연구, 또 다른 세종과학고 연구팀의 초임계 메탄올을 이용하여 바이오디젤을 합성하는 연구, 그리고 창원과학고의 아임계 수를 이용한 버섯(백승, 아람)에서 GABA를 추출하는 연구에 대한 R&E 컨설팅에 참여하였습니다. 모두 자신들 만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야심에 찬 연구목표를 세웠습니다. 세종과학고 두 팀은 초기 주제선정과 계획부터 컨설팅하여 R&E를 수행하는 전체과정의 전략을 디자인하였으며, 창원과학고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과제를 컨설팅하면서 기존보다 좀 더 정교한 문제 정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모든 팀이 열심히 연구하여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컨설팅을 마치고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교수님의 컨설팅에 대한 만족도가 매번 최우수 수준으로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컨설팅으로 하면서 교수님만의 노하우가 있는지요?
우선 학생들이 최초로 제안한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과제를 학습자의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형 과제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학생들이 가지고 오는 연구과제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과제는 매우 엄중한 목표(제품 규격, 경제성, 신규성, 진보성)를 달성해야 해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기간에 성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고 난이도 문제를 해결하고 그를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예산과 연구 기간 등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러나, 교육형 과제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과학적 지식체계로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문제해결보다는 문제해결과정에서 참여하는 학생들의 지적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저는 학생들이 이 R&E 프로그램을 통해서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를 훈련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하도록 문제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R&E 컨설팅은 실제 R&E를 수행하기 전에 이러한 조정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학생들에게 R&E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해결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지적 훈련을 하고 생각하는 힘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R&E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고등학생 연구자들이 관심가졌으면 하는 연구분야나 추천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지요?
어느 주제가 다른 주제에 비해서 수준이 높거나 좋은 분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본인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며 이러한 분야이야 말로 호기심이 분출하고 밤새워 연구하더라도 지치지 않는 법이죠. 게다가 만약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재주가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큰 의미가 있겠죠. 내가 가진 것을 나눠줄 수 있다면 더욱더 신이 납니다. 홍익인간 정신을 생각해 보세요. 요즈음에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홍익인간 정신이 필요합니다. 어떤 분야라도 내가 하는 일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면 자부심도 생깁니다. 그런데도 어떤 특정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여러분에게 수업을 듣거나 독서를 하거나 강연을 들으면서 요즘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살펴보기를 권고합니다. 변화의 큰 흐름인 메가트랜드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나서 지금 고등학교에 다닌다면 질병을 치유하고, 식량을 해결하고 환경을 치유하는 바이오 산업, 지속 가능한 환경, 에너지와 소재 분야, 스마트한 사회를 위한 인공지능,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과 같은 데이터 처리, 플랫폼 창제 분야, 스마트한 로봇, 모빌리티 분야를 선택할 것입니다. 선택이 어려우면 더 도전적인 곳으로 가세요. 여러분의 미래는 도전에 달려 있습니다.
미래의 과학자,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모든 것이 초연결되고, 인공지능, 그리고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술, 자율주행, 스마트 생산, 공유경제 등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4차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현재를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앞으로 어떤 기술과 직업이 유망할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유망한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지금부터 그 분야의 공부를 하고 준비하더라도 그 지식과 기술은 구시대 유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늘 문제해결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미래에 어떤 세상이 새롭게 전개되더라도 그 속에서 당당히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떤 분야이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으면 생존하는 데 유리해집니다. 더 자유롭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어떻게 준비해야 여러분들의 미래에 연구하는 과학자/공학자가 될까요? 연구하는 과학자/공학자가 되려면 현재의 보편적인 경로로서 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석사/박사학위를 받아야 합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미래는 지식기반 사회가 된다고 하니 많이 배우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좋은 투자가 될 것입니다. 대학에 가려면 지금 배우고 있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세요. 대학의 입학시험의 성패는 학생이 대학교에 와서 배워야 하는 과목들을 소화할 수 있는지의 척도인 수학능력으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R&E 같은 프로그램에 치열하게 참여하세요. 이러한 프로그램은 여러분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기를 기회를 제공하여 각자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지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대학에 와서 전공을 공부하면서 그 과학/공학 분야의 전문지식의 체계화가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결국 그 분야의 지식체계를 기반으로 정의합니다. 문제가 잘못 정의되면 제대로 해결할 수 없죠. 예를 들어 전염병이 돌고 있는데 마을 밖에서 사는 마녀 때문이라고 문제를 정의하고 마녀사냥을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결국 실패하는 것입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파스퇴르가 전염병의 원인인 병원균(문제정의)을 찾아내고 지식의 지평이 확장된 다음에는 마녀사냥(문제해결)으로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인 미생물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도록 소독을 하고 청결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서는 백신을 발명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즉 과학/공학 연구자들은 문제 정의의 기반을 과학지식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대학에서 전공과목에서 지식체계를 열심히 가르치고 지적훈련을 시키는 것이지요. 대학원에서는 더 심화한 방식으로 전공 분야의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여 이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논리적 사고훈련을 시킵니다. 사회에 진출하여 회사가 주는 문제를 풀면서 이러한 지적훈련을 반복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핵심역량이 생기게 되고 자신이 키워온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 생깁니다. 요즈음 문제는 복잡해서 다른 핵심역량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요구되는 덕목이 소통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위대한 질문을 하려면 질문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질문에는 수준이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궁리해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것을 질문하면 됩니다. 어떤 질문이라고 좋습니다. R&E를 하면서 자신이 하는 과제에 질문이 없다면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무엇이든 질문하고 자주 질문하는 습관을 지니세요. 나는 질문한다. 고로 존재한다! 기존의 질서를 존중하되 위대한 질문과 비판적 사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과학/공학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