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기후변화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무서운 이야기지만 그렇게 우리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문제점들인 세계 강수량 불균형과 생물다양성 위기1), 이에 의해 발생할 식량난2) 등은 이제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전세계 관련국들은 산업을 이끄는 에너지원의 교체와 그 흐름의 최적화를 필연적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최근 글래스고 COP26이 폐막하면서 여러 가지 절충안이 만들어졌지만 효과적이지 못하다라는 이슈도 제기되고 있습니다.3)
기후변화가 무서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Bellard 등4)은 기후변화가 생물종다양성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다양한 문헌연구를 통해서 보고하였습니다. 그들은 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이 지속할 때 2050년, 2100년에 동물, 식물을 포함한 수많은 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설명하면서 일부 식물종과 분류군들은 최악의 경우 거의 100%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그림 1).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특히 기후변화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 변화로 인해,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상승효과를 경계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복합적인 정책 뿐만 아니라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다양성 감소는 인간 사회의 경제적 문제까지도 야기합니다. Pecl 등5)은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조성이 바뀌면, 사라진 서식처에 새로운 종이 들어서게 되고 (꼭 사라진 다음이 아니더라도 경쟁적으로 원래 있던 종을 몰아낼 수도 있음), 이렇게 발생한 종 분포 변화는 결국 생태계의 변화와 그 생태계에 의존하는 인간사회의 변화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였습니다(그림 2). 우리나라에서도 바다에서 냉수어종이 점차 감소하고, 아열대 과일이 남부지역에 재배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물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던 생물의 종류가 바뀌면, 우리의 1차산업부터 모든 산업이 바뀔 수 밖에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Rahimi6)는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한 기후변화의 원인, 적응방법, 중재방법 등을 빠르게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은 사회구성원이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COP26에서 석탄 사용량을 2050년까지 충분히 감축시키겠다고 하였지만, 아무리 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노력한다 해도 우리 모두가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기후변화 적응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회의 인식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여러 가지 변화가 한꺼번에 발생해야만 하는 지금 상황에서, 나라와 산업만이 나서서 기후변화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림 4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정도를 잘 보여주는 결과인데, 기후변화를 쉽게 생각하는 상황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국민도 함께 생각을 바꿔야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고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securely)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7)
제가 살고 있는 부산시는 최근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환경부가 선정한 환경교육도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8) 이에 걸맞게 부산에서는, 국민의 구성원 중 한 그룹인 고등학생들이 직접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증진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특히, 도전적인 아이디어는 부산시의 환경교육 정책수립에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훨씬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도전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부산 청소년기후변화포럼"입니다.9)
이 포럼은 올해로 10회를 맞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청소년 포럼입니다. 저는 2017, 2018 두 해 동안 이 포럼에 친구들과 함께 참가해서, 매년 사무국이 제안하는 주제에 적합한 환경교육 아이디어를 "학생이 원하는 환경교육" 형태로 제안했습니다.(그림 5) 운도 따라주었지만 열심히 준비한 결과, 당시 제안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었고, 행정부시장님 앞에서 브리핑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10)11) 이 포럼이 올해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전에는 포럼 주관기관인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국이 정해주신 주제를 학생들이 연구하고 파헤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올해에는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제안하고, 스스로 토의/토론하면서 문제를 조정하고, 최종적으로 3개의 문제로 압축해서 그 문제에 가장 적합한 해법을 학교 단위로 만들어내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형태의 플랫폼으로 진화하였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해커톤'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먹게 만든 이 포럼이 어떻게 흘러가고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한 조각을 살펴보실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학교 동아리가 학교를 대표하는 Policy proposer가 되다!!
2021년에 진행한 제10회 부산 청소년기후변화포럼은 부산광역시와 부산기후변화교육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와 제가 재학중인 한국과학영재학교 'KSAEP'연구회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입니다(그림 6). KSAEP은 제가 리더로서 이끌고 있는, 청소년의 환경보전을 위한 아이디어 연구와 기후변화 대응 학생주도 정책을 탐구하는 연구동아리입니다.
올해 청소년기후변화포럼의 개최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저희 KSAEP에서는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국의 담당 선생님께 저희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것을 직접 탐구하는 방식으로 해 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토론하는 것은 코로나19 문제가 없을 때에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1년 넘게 온라인으로 비대면 수업을 꾸준히 해온 저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은, 이제 온라인에서 서로 얼굴을 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적응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지 못하는데 토론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주변의 걱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는 자신감과 함께, KSAEP은 이 포럼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국 선생님들께서도 저희 KSAEP의 도전에 대한 생각을 높이 평가해주셔서 이처럼 플랫폼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KSAEP 멤버들은 이 때부터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3주 정도 멤버들 각자가 중요한 기후변화와 환경정책 이슈들을 검색하고, 저희 연구회 지도교사이신 김현지 선생님과 상의하며 주제를 탐구한 뒤, 여러 가지 주제들 중에서 다음 세 가지를 선택했습니다.
- 깨끗하고 안전한 해양 환경도시 부산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라!
- 공공데이터(data.go.kr)를 통한 기후환경 문제 해결
- 자원소모를 줄이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 : 업사이클링(Upcycling)과 제로웨이스트 (Zero-waste)
이 주제를 선택한 기준은 우선 학생들이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지, 부산시의 환경정책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우리 주변의 생활에서 학생으로부터 사회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지였습니다. 이 주제는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를 통해서 부산시 전역의 고등학교에 전파되었고, 여러 고등학교에서 총 24팀 105명이 참가 신청하였습니다.
이 대규모 인원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에 모두 모였습니다(그림 7). 처음에는 서로 낯선 얼굴을 보면서 약간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KSAEP 멤버들과 여러 고교생 친구들은 곧 분위기에 적응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주제별로 쉽게 그리고 비교적 전문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영상 속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고등학생 버전의 실천주제로 맞추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 점점 토론이 깊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학생의 손 끝에서 시작해서 학생이 마무리한 '온전한 학생주도 플랫폼 포럼'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하면, 우리의 눈높이와 관심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안이 서로 멋지게 얽히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환경교육 정책들이 준비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멋진 기술과 멋진 정책
교내에서 대회를 계획하고 추진해 본 경험이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큰 대회를 이끌어 본 것은 처음입니다. 포럼 준비를 하면서 많이 걱정했지만,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 최미리 사무국장님과 여러 선생님들께서 잘 지원해주시고, 한국과학영재학교, KSAEP 동료들, 그리고 참가한 모든 학교의 고교생 친구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며 따라주어서 즐겁게 항해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아직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해서 그리 많이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직접 부딪히면서 실천하면 점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구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을 것입니다. 이번 청소년기포변화포럼은 우리 손으로 시작한 것이라, 그 깨달음이 더 크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전문가분들께서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우리가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수많은 기술들을 발명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술 중에는 이미 발견 혹은 발명한 지 조금 오래된 것도 있고, 최신의 기술로 중무장한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한 태양광 발전은 예전부터 잘 알려진 기술인데, 최근 탄소중립을 위한 대체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발전, 조력발전 모두 신재생에너지이지만 예전부터 활용하던 기술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기술들도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좋은 예로 약한 빛에너지를 상향변환을 통해 나노광사태 형태로 이끌어내는 새로운 나노물질의 개발12)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술과 최신의 기술은 모두 기후변화에 맞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가 찾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앞으로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살리고 구슬려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실천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고민한 만큼 우리의 생각도 더 자랄거라 믿습니다. 그 자라난 믿음이 학교 안에서 모이면 학생이라는 집단이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의견이 될 것이고, 그 의견이 우리의 부모님들께 전달되면 각 가정의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 집안의 가족이 바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학생의 손 끝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를 지역사회 구석구석에 학교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전파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나요?
서두에서처럼, 기후변화 적응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함께 변화하고 적응하기 위해, 지구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행동을 조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효과적인 기술의 적용과 맞물려 적극적인 기후변화 완화(climate change mitigation)와 기후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주석
- 1) Field, C. B., Barros, V. R., (eds.) 2014. Climate Change 2014 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 Part A: Global and Sectoral Aspects.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 Lobell, D. B., Bruke, M. B., Tebaldi C., Mastrandrea, M. D., 2008. Prioritizing Climate Change Adaptation Needs for Food Security in 2030. Science, 319(5863): 607-610.
- 3) 나혜윤, 최서윤, 2021.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넣은 글래스고 조약 채택…COP26 폐막 (종합). 뉴스1 기사 (https://www.news1.kr/articles/?4492534). 2021.11.23 방문.
- 4) Bellard, C., Bertelsmeier, C., Leadley, P., Thuiller, W. and Courchamp, F. (2012),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the future of biodiversity. Ecology Letters, 15: 365-377. https://doi.org/10.1111/j.1461-0248.2011.01736.x.
- 5) Pecl, G. T., Araujo, M. B., Bell, J. D., Blanchard, J., Bonebrake, T. C., Chen, I.-C. … Williams, S. E. (2017). Biodiversity redistribution under climate change: Impacts on ecosystems and human well-being. 355(6332), eaai9214. doi:doi:10.1126/science.aai9214.
- 6) Rahimi M. Public Awareness: What Climate Change Scientists Should Consider. Sustainability. 2020; 12(20):8369. https://doi.org/10.3390/su12208369.
- 7) 하종식, 2015. 일반국민 및 이해관계자의 기후변화 적응 인식 비교. 기후변화적응 뉴스레터, 6(2).
- 8) 부산광역시 환경정책과, 2020. 부산시, 환경부 공모 선정…'환경교육도시'로 우뚝! (https://www.busan.go.kr/nbtnewsBU/1462259?curPage=2&srchBeginDt=2020-10-17&srchEndDt=2020-10-24&srchKey=&srchText=)
- 9) 제10회 청소년기후변화포럼 최종제안서 안내 (https://cafe.naver.com/busangreenleaders/3475).
- 10) 정자윤, 2017. [최우수] 청소년기후변화포럼에서 학생이 주도하는 부산환경교육 정책을 제안하다 (https://cafe.naver.com/ipreporter/33762).
- 11) 정자윤, 2018. [최우수] "부산 청소년 기후변화 포럼: 에코스쿨메이커"에 참가하여 아이디어를 제안하다 (https://cafe.naver.com/ipreporter/34554).
- 12) Lee, C., Xu, E. Z., Liu, Y., Teitelboim, A., Yao, K., Fernandez-Bravo, A., Kotulska, A. M., Nam, S. H., Suh, Y. D., Bednarkiewicz, A., Cohen, B. E., Chan, E. M., Schuck, P. J., 2021. Giant nonlinear optical responses from photon-avalanching nanoparticles. Nature, 589: 23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