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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 교육을 위한 도약, 직무연수
조선화 교사(울산과학고등학교)
연수 신청 동기
2023년 3월 1일 자로 과학고등학교에 전입해서 들어왔습니다. 이전 근무했던 학교가 지역교육청 소속 과학중점고등학교여서 나름 과제 연구 활동과 R&E 프로그램을 소규모로 조직해서 인근 대학교 교수님들과 진행 해온 경험이 있어서 과학고에서의 R&E 활동에 대해 그냥 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관리자 분들도 저에게 학생 R&E 활동 관련 업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참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과학고 들어와서 3월을 보내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고에서는 그 시기와 진행 과정과 연구 제목 모두 제각각 다양하게 전교생 모든 학생이 R&E 활동에 참여하고 그 모든 활동에 대한 세세한 지도 과정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3월이 바로 과학고로 전입한 것과 R&E 업무를 맡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교과 수업도 2, 3학년을 걸쳐서 대학 수준의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제가 맡은 R&E 팀의 학생들을 쏟아지는 수준 높은 질문들에 많은 심적 부담감을 안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또한, 제가 화학교사이다 보니, 화학실험실과 화학R&E실에 구비되어 있는 각종 실험 기구와 첨단 분석 기기들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했었지만, 이미 오래전 일이라 호기롭게 한번 만져볼까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낯선 장비들로만 생각되어졌고, 누가 이러한 분석 기기들에 대해 물어볼까 두려운 나날들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다가 5월쯤 부산광역시교육청영재교육진흥원으로부터 '과학영재 창의연구(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에 대한 신청 접수 공문을 접하게 되었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고 저처럼 힘들어하시는 몇몇 동료 선생님들을 회유하여 같이 연수를 신청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의 이모저모
연수 일정이 2023년 7월 17일(월) ~ 31일(월)로 15시간 진행되는 직무연수라고 알고 신청했는데 나중에 연수 계획서를 자세히 읽어 보니 2023년 7월 17일(월)~7월 31일(월) 6시간의 온라인 연수와 7월 20일(목) ~ 7월 21일(금) 2일간 9시간의 집합연수가 울산과학영재학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숙소와 식사 제공에 직무연수 15시간 이수까지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남편에게 허락을 구하고 연수에 마음 편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 아들의 케어를 전담해 준 남편이 너무 고맙게 생각됩니다.
연수 인원은 총 29명. 과학고 영재고 수학 과학 교사들이었고, 나중에 분과별로 모여 소개하며 알게 되었는데 저처럼 이제 전입해간 1년차 선생님들이 저와 같은 고민으로 이 연수에 참여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사람 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연수 신청자 중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공문을 받고 저와 같이 대상자로 선정된 우리 학교 동료 교사분들과 함께 7월 17일(월)부터 온라인 연수를 신청하여 들었습니다. [그림1]은 부산광역시 영재교육진흥원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아래 [그림2]는 [나의 학습방] 메뉴에서 이번 연수에 대한 화면을 캡쳐한 것입니다.
온라인 연수는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연구윤리 및 최신연구동향(각 분과별)' 내용으로 해서 모두 7차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 [그림3]과 같습니다. 차시별로 40분 ~ 50분 정도 분량의 콘텐츠로 되어 있었습니다. 연수를 이수하고도 다시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온라인 연수에서 강의 내용은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듯이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강의 영상을 클릭하였습니다. 하지만 강의 영상을 클릭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강의 내용에 홀릭해서 열심히 듣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먼저 한국교원대학교 손정주 교수님의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연구윤리 강의,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김현민 소장님의 최신연구동향(수학 영역) 강의, 한밭대학교 오민욱 교수님의 최신연구동향(물리 영역) 강의, 서울대학교 이윤우 교수님의 최신연구동향(화학 영역) 강의, 스크립스 항체 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성진 교수님의 최신연구동향(생명과학 영역) 강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명진 교수님의 최신연구동향(지구과학 영역) 강의, 마지막으로 부산대학교 우균 교수님의 최신연구동향(정보 영역) 강의까지 각양각색인 전문가분들의 최신 연구에 대한 강의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한국교원대학교 손정주 교수님의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연구윤리 강의를 통해 연구노트 작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우리 학교에서도 전자 연구 노트를 도입하여 언제 어디서든 연구 노트 작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집합연수는 7월 20일 목요일에서부터 7월 21일 금요일까지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7월 20일 집합연수 첫날의 첫 시간에 '융복합 첨단과학기술로 펼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임매순 책임연구원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인공 시각을 위한 인공 망막 기술에 대해 다양한 적용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유익한 강의였습니다. 신경생리학, 3차원 전극 제작, 인공 망막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신경 생리학뿐만 아니라 머신 러닝 신경 생리학, 러닝(인공지능), 동물 행동 실험 등을 적용시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이제 과학 기술은 융복합적 접근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집합연수 첫날의 두 번째 시간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조대기 선생님의 R&E 지도 사례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조대기 선생님의 다양한 지도 사례들은 앞으로 R&E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저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이어서 강의 내용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고 흥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성공한 R&E 지도 사례도 재미있었지만, 실패한 R&E 지도 사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학생들의 R&E 지도를 처음부터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감을 잡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년간 R&E 지도로 쌓아 온 노하우가 흥미진진했고, R&E 지도 교사로서 학생들과 주제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구 결과를 끌어내는데까지 필요한 지도 활동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분반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R&E 분야별 실험 실습에 대한 실제 노하우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화학과 분반에 들어가서 한국과학영재학교 오진호 박사님의 R&E 지도 사례와 UV, IR 분석 기기 사용 방법 및 수업에 적용한 사례 등을 접하고, 다른 과학고의 화학 선생님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진호 박사님의 친절한 설명과 다년간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다져진 화학 분야 R&E 지도 활동에 필요한 분석 화학에 대한 설명을 통해 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연수 활동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화학 분반의 과학고 화학 선생님들끼리 서로 교류하는 시간에는 저처럼 올해 과학고로 전입하여 적응기간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끼리 고민을 나누고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 있어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오진호 박사님이 집필하신 책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실제적 화학 수업 시간의 탄소화합물에 대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수 있는 학습지로 활용이 가능하여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합 연수 첫날의 일정을 마치고, 저를 포함한 참석 교사들은 각자 담당하는 학교의 상황과 교육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생에서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논의해보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수에서 저는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교육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속적으로 서로의 어려움과 교육방향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도 화학 분반의 실험 실습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천만석 박사님의 HPLC 분석 기기에 대한 사용법과 학교 현장에서 수업 시간에 적용한 사례, R&E 지도에 활용한 사례 등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IC(Ion Chromatography)의 원리와 분석 기기 활용 방법에 대해 실제 수업 사례를 가지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날의 오진호 박사님뿐만 아니라 천만석 박사님의 연수 활동을 통해 분석 기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생기고 수업 시간에 적용해 보는 구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연수를 받아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드는 것도 막상 학교로 돌아가면 바로 적용하기가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세하게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도 학교의 분석 기기를 가지고 하려고 하면 이런 저런 궁금한 사항이 들어서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의 상황을 오진호 박사님과 천만석 박사님에게 말씀을 드려서 차후 다시 한번 더 와서 배울 수 있는지 요청드려보았고, 다행히도 이를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마침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우리 학교의 여름 방학 기간이 비슷하여 추가 방문하는 날짜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은이 없었습니다. 오진호 박사님과 천만석 박사님이 함께 시간을 조율해 주셔서 하루 안에 모두 배워 올 수 있었습니다. 초콜릿 속 카페인 성분 함량을 분석 기기로 측정하는 데 있어서 시료 샘플을 제작하는 요령을 상세히 가르쳐 주셔서 2학기화학 실험 시간에 바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이번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역량강화 직무연수를 통해 올해 과학고로 전입해온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수 후 제가 요청한 대로 다시 한번 더 오진호 박사님과 천만석 박사님을 찾아뵙고 화학 분석 기기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우리 학교에 신축되는 실험동의 화학실험실에 들여놓고 싶었던 각종 기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그림6]은 실제 오진호 박사님이 알려주신 한국과학영재학교 화학실험실에서 갖추어 놓고 사용하고 있는 물품들을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다음 [그림7]은 한국과학영재학교 화학 실험실에서 눈여겨봤던 실험 기자재 물품들을 찍은 것입니다. 이러한 물품들을 우리 학교 일반화학실험실에 갖추어 놓고자 구입하였습니다.
IC(ION Chromatography)와 HPLC(High performace liquid Chromatography), UV-IR 기기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물어가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분석 시료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이제까지 다량의 용액을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필요한 농도로 묽혀서 제조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오진호 박사님을 우리 학교에 전문가 특강 강사로 초청해서 첨단 과학 분석 기기를 다루는 방법과 실험 기구 조작 요령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NMR(핵자기공명자기)와 UV-IR, IC 등등에 대한 분석 기기들을 다루어 결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고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유기화합물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박사님이 실제 제작한 분자 구조 모형들을 가지고 와서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화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미래 화학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학습 태도와 연구 윤리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줌으로써 학생들에게 몰입도가 높은 강의가 되었습니다.
오진호 박사님이 좋아하는 화학자들 이야기에서부터 노벨화학상을 두 번 수상한 화학자 이야기까지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동기 유발을 하셨습니다. 이후 주기율표 빙고 게임과 다양한 화합물의 합성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르기닌과 오르니틴 구조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유기 화합물의 분자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주셨습니다.
특강 이후 우리 학교에 구비되어 있는 NMR 기기 상태를 점검해 주셨고, NMR 기기를 활용한 실제 화학실험 수업 사례도 직접 시연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역량 강화 직무연수에 참여함으로써 앞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먼저 연구 윤리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주제를 잡을 때도 무엇보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생각해서 주제를 설정 하는 것이 무엇보다 R&E를 진행해나가는 데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다양한 과학고에서 오신 화학 선생님들과 R&E 지도에 필요한 실험 역량을 직접 체험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수 후기를 작성 다 하고 보니 이번 연수로 제가 얻어가는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학영재 창의연구(R&E) 업무 담당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이러한 연수들이 좀 더 자주, 더 많은 교사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면 저처럼 이제 막 과학고로 전입해 온 교사의 적응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1. 오진호(2022). 「히미오와 함께하는 탄소화합물 가상탐구」. 좋은땅
- 2. 부산광역시교육청영재교육진흥원(2023). 2023학년도 과학영재 창의연구(R&E) 담당교원 역량강화 직무연수 교재
- 3. 대한화학회 분석화학/전기화학 분과(2022). 「분석화학 실험」. 사이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