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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3.0, AI와 뇌공학이 바꿀 인류의 미래
임창환 교수(한양대학교 공과대학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일론머스크, 인간의 뇌에 도전장을 던지다.
한 달이 멀다하고 온 지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엑스(Space-X)의 대표이사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명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그 주인공이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며 비트코인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비트코인 가격을 폭등시키더니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영화 '쥐라기 공원'을 현실에서 구현하겠다는 엄청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막는 기술 개발에 막대한 상금을 걸기도 하고 화성에 유인 유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 중이기도 하다. '아이언맨', '괴짜들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머스크는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행동들로 대중의 반감을 사기도 하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주도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데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런 머스크가 최근 들어 큰 관심을 쏟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라는 분야다. BCI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라고도 불리는데 인간의 뇌와 외부 기계/컴퓨터를 연결해서 생각만으로 로봇팔이나 휠체어 등을 제어하거나 외부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머스크는 2016년 여름에 뉴럴링크(Neuralink)라는 이름의 뇌공학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했고 2017년 2월 말 뉴럴링크의 설립을 세상에 공개했다. 뉴럴링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BCI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뉴럴링크에는 지금까지 우리 돈 7천억 원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투자금 중 무려 절반 이상이 머스크의 개인 재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머스크가 뉴럴링크의 미래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뉴럴링크라는 회사 이름을 좀 더 살펴보면 일론 머스크의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뉴럴(Neural)'은 신경세포를 뜻하는 '뉴런(Neuron)'의 형용사형이다. '링크(Link)'는 알다시피 연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뉴런과 연결하는 대상, 다시 말해 '목적어'가 없다. 필자는 그 대상이 '모든 것(everything)'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의 뇌와 컴퓨터, 뇌와 기계,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한 사람의 뇌와 다른 사람의 뇌를 연결하는 큰 꿈을 그리고 있기에 뉴런과 연결하려는 대상을 생략한 것이 아닐까? 머스크는 '뉴럴링크(NeuraLink)'의 설립을 밝히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는 인공지능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어요. 인간이 인공지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의 뇌 위에 인공지능 층(layer)을 만들고 자연적인 두뇌와 인공두뇌를 연결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이야기해 온 머스크지만 인공지능에 대비하기 위해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하겠다는 그의 발상은 다소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만약 머스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면 '허황된 소리'라는 비웃음을 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수많은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해 낸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도전은 대중들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에 영화 '매트릭스(Matrix)'가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뉴럴링크는 이후 2년 간 아무런 대외 활동이나 언론 인터뷰 없이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뉴럴링크의 홈페이지에도 직원 채용 공고를 제외하고는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뉴럴링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뉴럴링크의 설립이 발표되고 2년이 훌쩍 지난 2019년 7월 16일, 일론 머스크는 예정에 없었던 대규모 프레스 콘퍼런스를 개최하고는 뉴럴링크가 지난 2년 간 해 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날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바로 '신경 실'이라고 불리는 기술이었다. '신경 실'은 머리카락 굵기의 1/20에 불과한 가느다란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한 뒤, 이 실을 뇌 표면에 바느질하듯이 박아 넣겠다는 개념이다. 뉴럴링크는 이 신경 실을 뇌 표면에 '박음질'하기 위해 캐나다의 로봇 회사와 손잡고 아주 높은 정확도의 '바느질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뇌혈관을 피해 자동으로 분당 6개의 실을 뇌 표면에 박음질하도록 설계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떠들썩했던 2020년 8월 28일, 일론 머스크는 다시 한 번 뉴럴링크의 프레스 컨퍼런스 개최를 알렸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행된 이 컨퍼런스는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머스크는 이 날 '링크'(Link)라는 이름의, 동전 크기의 소형 신경 접속 장치를 발표했다. 이 장치는 뇌에 이식한 전극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받아들인 다음에 무선으로 머리 밖의 기계나 컴퓨터로 신호를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2021년에는 머릿속에 링크를 삽입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서 게임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2022년에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인터넷에 공개돼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26일,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어지기는 했지만 뉴럴링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임상 시험 허가를 획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럴링크가 자신의 BCI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고자 하는 대상 환자는 총 세 부류인데,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시각을 상실한 사람, 청각을 상실한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대뇌 운동 영역에 링크를 삽입해서 생각만으로 의수나 의족을 제어하는 기술, 대뇌 시각 피질에 링크를 삽입하고 뇌를 자극해서 사물을 보게 하는 기술, 대뇌 청각 피질에 링크를 삽입하고 뇌를 자극해서 소리를 듣게 하는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뉴럴링크의 아이디어다.
연일 쏟아지는 기사에서는 머스크가 언젠가 링크를 이용해서 우리 생각을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혹은 반대로 뇌에 특정 지식을 주입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머스크의 도전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사지마비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반응도 있지만 영화 '공각기동대'에서처럼 뇌에 브레인칩을 삽입하고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의 반응도 많다.
물론 뉴럴링크의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된다고 해서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하는 '지식 업로드'나 '텔레파시'가 구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암호를 해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욱 걱정해야 하는 것은 링크가 대중화되어서 라식수술처럼 쉽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링크를 삽입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들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링크가 뇌의 정보를 읽어 들이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뇌에 자극을 가해서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뇌에 미약한 전류 자극을 가해서 기억력이나 직관력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링크가 뇌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들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당장 인지 증강 기술의 결과로 대학입시나 국가고시에서 기억능력을 향상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불만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또한 인지 증강 기술을 특정 국가만 독점하게 된다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전 지구적으로 불공정이 확산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단지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두개골을 열고 머릿속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만약에 뇌에 이식한 마이크로칩의 성능이 회사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사람의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머리에 어떤 회사의 칩을 삽입했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능력이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머릿속의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거나 컴퓨터의 정보를 머릿속에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해커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뉴로해킹(neuro-hacking)'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미래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머릿속에 삽입한 전자 부품이 외부에서 가해지는 강력한 전자기파에 취약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뇌에 대해서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뇌를 자극하고 조절함으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럴링크의 노력을 폄훼하거나 BCI 기술의 개발 자체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BCI 기술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류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인류를 위협하는 기술로 악용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는 우리 인류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스텐트로드에서 언어 BCI까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뉴럴링크보다 무려 2년이나 일찍 FDA의 임상 실험 허가를 받은 회사가 있다. 호주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인 싱크론(Synchron)은 사람의 혈관 속에 삽입하는 초소형 기구인 스텐트(stent)에 전기 신호 측정 기능을 추가한 스텐트로드(stentrode)를 개발했다. 원리는 간단한데, 목에 있는 혈관을 통해 스텐트로드를 밀어 올리면 대뇌까지 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텐트로드에 있는 전극을 이용해 뇌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스텐트 시술은 이미 보편화된 시술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아주 많이 시행되는,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다. 그래서 싱크론은 2021년에 비교적 쉽게 FDA의 임상 실험 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머릿속에 스텐트로드를 삽입한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뉴럴링크를 비롯해 싱크론 등이 BCI 기술의 대중화에 나서면서 이제 6-7년만 지나면 뇌 신호를 측정하는 전극을 머릿속에 삽입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뇌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의 개발과 함께 뇌 신호를 해독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BCI 기술의 원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쓰는 스마트폰의 지문인식 기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지문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거나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의 지문을 스마트폰에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문 인식 센서에 닿는 손가락의 부위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보통은 5회 이상 반복해서 지문을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문 등록이 완료되면, 실제 지문을 인식할 때는 입력된 지문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지문의 패턴을 비교해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BCI에서도 지문을 등록하는 과정과 유사하게 다양한 행동이나 상상을 할 때 발생하는 뇌 신호를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저장한다. 일종의 '뇌 지문'을 등록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데이터베이스만 완성된다면 시시각각 측정되는 뇌 신호를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서 사용자의 의도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은 뇌 신호 해독의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BCI를 현실에서 구현해 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언어 BCI (Speech BCI)'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마음속으로 말을 하면 실제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술로, 'BCI 기술의 완결판'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우리 뇌에서 언어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하는 부위는 브로카 영역(Broca area)이라 불리는 좌뇌 전두엽 부위다. 그런데 언어와 관련된 뇌의 활동은 너무나 복잡해서 머리 밖에서 측정하는 뇌파로는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뇌공학자들은 두개골 아래에서 읽어 들인 뇌파를 이용해서 언어 BCI를 구현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아무런 질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전극을 삽입하는 뇌수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보통은 수술을 앞둔 뇌전증(epilepsy)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언어 BCI는 수술 전의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BCI 기술에 관심이 있는 신경외과 의사를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언어 BCI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미국 워싱턴대 신경외과의 에릭 로이하르트(Eric Leuthardt) 교수였다. 2011년, 로이하르트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이 서로 다른 음절을 소리 내 말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피질전도(Electrocorticogram: ECoG)를 측정해서 컴퓨터 마우스 커서를 좌우로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는 피질전도 신호에서 높은 감마 대역 신호가 언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로이하르트 교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전 세계의 많은 뇌공학자들이 언어 BCI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언어 BCI는 생각처럼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많은 뇌공학자들이 브로카 영역에서 측정한 피질전도 신호를 해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어 BCI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모두가 포기하려던 때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한 신경외과 의사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신경외과의 에드워드 창(Edward Chang) 교수다. 창 교수는 2019년, 대뇌 브로카 영역이 아니라 조음기관의 운동영역에서 측정한 피질전도 신호에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서 초보적인 언어 BCI를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사람이 말을 할 때는 입술이나 혀와 같은 다양한 조음기관이 복잡하게 운동한다. 그런데 조음기관을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것처럼 입이나 혀를 움직이는 상상만 하더라도 각 조음기관에 해당하는 운동영역이 특정한 패턴으로 활동한다. 따라서 굳이 브로카 영역에서 신호를 읽어오지 않더라도 운동영역의 피질전도 신호를 이용해서 음성을 합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는 세계 곳곳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언어 BCI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의 연구팀을 포함한 국내 여러 대학 및 병원이 힘을 모아 한국어 버전의 언어 BCI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2022년에 시작됐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조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조음기관의 움직임이 유사한 단어가 많아 영어보다 언어 BCI의 구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창 교수 연구팀보다 적은 훈련 데이터와 적은 피질전도 전극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을 합성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창 교수 연구팀을 비롯한 전 세계 BCI 연구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트랜스휴먼, 인위적인 인간의 진화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정신적, 신체적인 능력을 향상시킨 인간을 의미한다.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줄리언 헉슬리 경(Sir Julian Huxley)이 1975년 집필한 저서에서 최초로 언급했다. 뇌공학 기술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신체의 기능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한 기술로 연구되고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의 능력을 증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뉴럴링크가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진 인공시각 기술이 육군 보병에게 적용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헬멧이나 안경에 망원렌즈가 달려 있다면 멀리 있는 사물을 쉽게 확대해서 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적외선 카메라나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다면 어둠 속에서도 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무거운 증강현실 안경을 착용할 필요 없이 증강현실을 손쉽게 구현할 수도 있다. 병사가 보고 있는 장면에 덧씌워 자막을 달아주면 된다.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병사의 뇌에서 공포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인 편도체(amygdala)에 전극을 삽입한 뒤에 전장에 투입되기 직전, 본부에서 전기자극 스위치 버튼을 누른다면? 편도체를 일시 마비시켜 두려움이 없는 병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 실험은 이미 생쥐를 대상으로 행해진 적이 있다. 이 실험에서 편도체에 전기자극을 받은 생쥐들은 고양이를 봐도 전혀 피하지 않고 오히려 고양이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BCI 기술의 발전은 밝은 전망만큼이나 어둡고 우울한 미래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물론 FDA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뉴럴링크 기술의 적용을 쉽게 허용하지 않겠지만 지구상에는 세계 질서의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나 단체도 있다. 일부 집단에서 뉴럴링크의 기술이나 모방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철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위험한 사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도 뇌공학 기술이 인위적인 인간의 진화를 위해 사용되는 것에 반대한다. 모든 사람이 뇌공학 기술을 통해 정신적인 능력을 강화한다면 과연 인간은 행복해질까? 스스로가 만든 기술에 의해 자신의 자유를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뇌공학 기술이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술로 활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