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시작하는 말
안녕하세요. 저는 2020 물리 R&E에 참여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학년 장윤서입니다. 이 글에서 R&E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겪고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과 이를 해결해 나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II. 본론
저는 '공기흐름을 고려한 결빙 방지용 초소수성 표면의 제안'라는 주제로 연구하였습니다. 선행연구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항공기나 풍력 발전기의 날개 표면에서 발생하는 결빙을 방지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습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연구의 진행 일정을 세세하게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지켜진 건 거의 없었습니다. 먼저 비대면 수업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고 수행해야 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실험 장치를 제작하는데 예상한 한 달보다 더 긴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론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논문 하나를 이해하는데 일주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소요시간을 늘린 주범은 대체로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었습니다. 한 번은 모터를 구매했는데 프로펠러와 맞지 않아 3주 동안 실험이 지체되기도 하였고 실험 결과에서 예상과 다른 특이한 성질이 발견되어 이와 관련된 논문을 찾기 위해 2주는 논문만 보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연구시간을 채우기 위해 주 2시간이던 연구시간을 6시간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연구는 시간을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게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효율적으로 많이 일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좀 더 효율적인 연구 진행을 위해 논문을 읽는 방법과 실험 방법을 더 체계적으로 설계 방법부터 알아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도 교사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모든 실험이 -17℃의 냉각장치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냉각장치 개폐의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험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들고, 변인이 여러 개인 만큼 변인에 따른 영상파일이 많아 영상파일의 파일명 규칙을 정하여 영상파일을 저장하는 등 체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연구내용과 진행 상황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토의하다보니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혼자서만 해결하려 하지 않고 지도 교사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그 분야를 잘 아시는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한 연구는 연구에 필요한 실험 장치를 직접 만들어야 해서 공학을 전공하신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구했고, 실험설계와 실험 결과 분석에서 막히는 부분은 물리를 전공하신 지도 교사 선생님과 수시로 토의하면서 해결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의 결론을 성공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학교 시험 직전까지 지금까지 한 실험에 대한 분석과 함께 보완 및 추가실험을 병행하였고, 시간에 쫓기며 진행한 실험들은 되다 안 되다를 반복하며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실험이 잘 되는 방법을 찾게 되어 중간보고서 제출 직전에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따라주지 않다면 기한 내에 연구를 끝내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운이 따라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간을 겪은 만큼 큰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그래, 바로 이런 게 연구의 맛이지!'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끝내 연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R&E 연구를 진행하는 후배 여러분은 열정과 의욕을 갖고 연구에 임하되 너무 거창하고 방대한 연구 주제보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연구 주제를 잡고 계획과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기를 권합니다. 연구 과정에서는 항상 예상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방대한 연구 주제를 잡거나 연구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다면 연구를 끝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숨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III. 맺는말
위의 이야기들만 읽어보면 연구 중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제거해야 하고 줄여야 하는 것들로만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 중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구는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확실성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으로 예상과 다른 결과나 현상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의 불확실성을 해결해 나갈 때 연구자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연구를 계속해서 하는 이유는 예측 불허한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IV. 감사 인사
먼저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로 연구를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지도 교사 장길동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주저 없이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저의 뜻 깊고 소중한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연구비와 다양한 피드백을 지원해주신 과학영재 창의연구 R&E 지원센터에 감사드립니다.